2020년 PS5 공개 행사에서 처음 모습을 드러낸 프래그마타(PRAGMATA). 그 짧은 티저 하나에 전 세계 게이머들이 술렁였다. 우주복을 입은 남자가 폐허가 된 도시에서 소녀를 안고 달을 올려다보는 장면. 도대체 이게 무슨 게임인지 아무도 몰랐지만, 캡콤이 완전히 새로운 IP를 들고 나왔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흥분할 이유가 됐다.
그런데 문제는 그 이후였다. 발매 연기가 한 번, 두 번, 세 번 이어졌고, 급기야 2년 가까이 아무 소식도 없던 시기가 있었다. 솔직히 개발 취소된 거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왔다. 그러다 2025년 6월 State of Play에서 신규 트레일러가 터졌고, 화면 속 다이애나가 그린 낙서 위에 "2026 it's real XD"라는 글씨가 나타나면서 팬들의 마음을 다시 사로잡았다. 그리고 마침내, 2026년 4월 17일이라는 확정 출시일까지 받아들었다.
캡콤이 14년 만에 내놓는 완전 신규 IP. 발매 연기를 트레일러 연출로 풀어내는 진정성까지, 이 게임에 쏟은 정성이 보통이 아니다.
달 기지에서 벌어지는 생존, 그리고 귀환
프래그마타의 무대는 가까운 미래의 달 연구 기지다. 인류는 '루나필라멘트'라는 신소재를 발견했는데, 이 물질은 올바른 데이터만 있으면 무엇이든 복제할 수 있는 꿈의 물질이었다. 그런데 이 연구가 한창이던 달 기지와의 교신이 갑자기 끊어진다. 대응팀이 급파되지만, 도착하자마자 대규모 달 지진이 팀을 강타한다.
주인공 휴 윌리엄스는 팀과 떨어져 중상을 입고 쓰러진다. 그를 구해주는 건 다이애나라는 이름의 안드로이드 소녀. 원래 식별번호가 D-I-0336-7이었는데, 휴가 너무 복잡하다며 다이애나라는 이름을 붙여줬다는 설정이 은근히 마음을 잡아끈다. 이 둘이 함께 달 기지를 탈출하고 지구로 돌아가는 길을 찾는 것이 게임의 큰 줄기다.
사격과 해킹을 동시에? 좌뇌 우뇌 풀가동 전투
프래그마타의 가장 큰 매력은 단연 전투 시스템이다. 단순히 쏘고 피하는 게 아니라, 전투 중에 실시간으로 해킹 미니게임을 동시에 수행해야 한다. 적 로봇들은 견고한 장갑으로 둘러싸여 있어서 그냥 총을 쏴봐야 제대로 데미지가 들어가지 않는다. 다이애나의 해킹으로 적의 장갑을 강제 개방한 뒤, 그 틈을 노려 휴가 공격을 가하는 방식이 핵심이다.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이렇다. 게임 패드 기준으로 한쪽 손으로는 적의 공격을 회피하고 사격하면서, 다른 쪽 손으로는 해킹 패널에서 커서를 녹색 노드까지 연결하는 퍼즐을 풀어야 한다. 녹색 노드에 도달하면 적의 장갑이 열리고 약점이 노출된다. 여기에 파란색 노드를 더 많이 경유할수록 해킹 데미지가 올라가고 장갑 개방 시간도 늘어나니까, 위험을 감수하고 더 긴 경로를 탈지, 빠르게 짧은 경로로 갈지를 매 순간 판단해야 한다.
해외 프리뷰에서 공통적으로 나온 반응이 있다. 처음에는 조작이 정신없지만, 리듬을 타기 시작하면 그 순간부터 중독된다는 것. 좌뇌와 우뇌를 동시에 돌리는 이 감각이 프래그마타만의 쾌감을 만들어낸다.
무기와 해킹 노드의 조합이 만드는 전략적 깊이
휴는 총 네 가지 무기를 장비할 수 있다. 기본 권총인 그립 건은 6발 장전에 위력은 약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탄약이 보충되는 무한탄창 무기다. 산탄총 계열인 쇼크웨이브 건은 근거리에서 강력한 화력을 뽐내고, 스테이시스 네트는 돔 형태의 전기 그물로 적을 포박하는 전략형 무기다. 차지 피어서는 관통형 공격이 가능한 고화력 무기.
여기에 다이애나의 해킹 쪽에도 특수 노드가 존재한다. 노란색 해킹 노드를 경유하면 적의 방어력을 낮추거나 여러 대상을 동시에 해킹하는 특수 효과가 발동한다. 게임이 진행될수록 새로운 무기와 해킹 노드가 등장하기 때문에, 어떤 무기를 들고 어떤 노드 루트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전투 스타일이 완전히 달라진다. 탄약 관리도 중요해서 무작정 난사하기보다 해킹과 사격의 타이밍을 맞추는 전략적인 플레이가 요구된다.
전투만이 아니다, 탐색과 협동의 재미
프래그마타는 전투 외에도 달 기지 탐색에 상당한 비중을 두고 있다. 휴는 우주복의 추력기를 이용해 달의 낮은 중력 속에서 독특한 부유감을 느끼며 기지 곳곳을 이동할 수 있고, 다이애나는 기지의 보안 시스템을 해킹해서 잠긴 문을 열거나 새로운 경로를 확보하는 역할을 맡는다. 전투 시와는 다른 방식의 퍼즐로 시설 해킹이 진행되기 때문에 지루할 틈이 없다.
달 기지라는 공간 자체가 주는 분위기도 빼놓을 수 없다. 차갑고 황량한 연구 시설 곳곳에 폭주한 AI가 조종하는 로봇들이 매복하고 있어서, 탐색 중에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가 없다. 데드 스페이스나 바이오쇼크를 떠올리게 하는 공간 분위기에 캡콤 특유의 3인칭 액션이 결합된 느낌이라고 보면 된다.
캡콤 AAA 최초 한국어 풀 더빙 지원
한국 게이머들에게 특히 반가운 소식이 있다. 프래그마타는 캡콤 AAA 타이틀 최초로 한국어 음성 더빙을 지원한다. 이 게임의 디렉터인 조용희 씨가 한국인이라 윗선에 한국어 더빙을 제안했는데, 그게 받아들여진 거라고 한다. 가볍게 꺼낸 제안이 실현됐다는 에피소드 자체가 꽤 흥미롭다.
대응 플랫폼도 넓다. PS5, Xbox Series X/S, PC(Steam)에 닌텐도 스위치 2까지 지원한다. PC와 콘솔 버전은 4월 17일, 스위치 2 버전은 4월 24일 출시다. 체험판 'Sketchbook'은 이미 공개되어 전 플랫폼 합산 200만 다운로드를 돌파했고, 반응도 상당히 긍정적이었다. 그리고 바로 며칠 전인 3월 31일에는 골드행까지 확정되면서, 이제 출시만 남은 상태다.
항목상세 정보
타이틀
PRAGMATA (프래그마타)
개발/퍼블리셔
CAPCOM
장르
SF 액션 어드벤처 (해킹 + 슈팅)
출시일
2026년 4월 17일 (스위치2: 4월 24일)
플랫폼
PS5, Xbox Series X/S, PC, Nintendo Switch 2
한국어 지원
자막 + 풀 더빙 (캡콤 AAA 최초)
체험판
Sketchbook (전 플랫폼 200만+ 다운로드)
기대 포인트를 정리하면
첫째, 사격과 해킹을 동시에 수행하는 전투 시스템은 다른 어떤 게임에서도 경험하기 어려운 독창적인 쾌감을 준다. 체험판 반응만 봐도 호평이 압도적이다. 둘째, 캡콤이 14년 만에 내놓는 완전한 신규 IP라는 점에서 몬스터 헌터나 바이오하자드와는 전혀 다른 신선함을 기대할 수 있다. 셋째, 휴와 다이애나 사이의 감정적 유대가 스토리의 핵심 축을 이루고 있어서, 단순한 액션 게임이 아닌 묵직한 서사도 함께 즐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6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끊임없이 갈고닦은 결과물이 과연 어떤 모습일지, 4월 17일이 정말 기다려진다. 이미 골드행을 달성한 만큼, 더 이상의 연기는 없다. 이번엔 진짜다.